다큐멘터리 어떻게 찍나?
영상 작품은 쇼트(컷트)의 집합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하려는 주제를 향해 한 컷 한 컷 내용을 충실히 표현해 나가는 것이 카메라 작업의 목적이다.
따라서 영상 표현은 이러한 한 컷트의 프레임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되고
, 이 커트들이 모인 것이 씬이 되며,이러한 씬들이 모여 씨퀀스가 되고, 마지막에는 스토리가 구성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의 한 컷트를 신중히 심혈을 기울여 촬영하는 것에 의해 시청자들에게 마음속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다시 말하면, 이 한 커트 한 컷트 속에 전달하려는 카메라맨 쪽의 [의도]가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반대로 스토리가 처음에 구성되고, 컷트 나누기에 의한 분석도나 콘티에 따라 촬영이 진행되어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다큐멘터리 촬영에서도 예상되는 구성은 있지만 그 구성대로 촬영이 진행되어 나가는 상황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해 나가면서 주제에 대한 분석을 병행해 사전에 갖고 있던 지식과 현장 상황의 변수들을 궤도 수정해 나가면서 진실을 향해 재구성 해 나아가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일반적인 제작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성은 물론이지만 '좋은 시각' 이라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촬영에서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데, '좋은 시각'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세부묘사 능력을 의미한다.
이 세부 묘사는 때로는 대본에 씌워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적인 장면은 예고없이 발생한다. 때문에 카메라맨은 작품의 전체를 이해하고, 그것의 세부 묘사를 위해 어떻게 표현할 것 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발견해내는 눈을 키워야만 하는데, 이 때 물론 상황을 읽을 줄 아는 통찰력과 그것이 발견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지구력과 재연이 다시 없는 현실의 상황에서 그것을 발견과 동시에 기록할 능력인 민첩성이 요구될 것이다. 만약 어떠한 극적인 장면을 발견과 동시에 기록하지 못하여 다시 한번 그 장면을 연출한다면 알게 모르게 아주 작위적인 냄새가 어디에선가 피어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작품의 생명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여야 한다.
휴먼 다큐멘터리의 경우 카메라맨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피사체에 대해 갖고 있는 사전지식에 의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피사체에 대한 사고가 고정되어 있으면 피사체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되고, 이러한 마음가짐은 촬영시 여러 가지 형태로 촬영한 그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애기와 건성으로 듣고 싶은 애기가 있다면 한쪽은 말하는 상대방을 클로즈업으로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미디움이나 풀샷으로 처리해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카메라맨은 백지와 같은 상태에서 피사체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동적인 피사체에 대해 카메라 작업도 유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해 나아가야 하며, 이에 따라 주제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든지 불명확해 졌다든지 하는 작품의 소구력이 변화되어 가는 것이다.
촬영이라는 것은 영상 작품이 주제를 이야기해 나가는데 있어 이야기가 구성되는 최초의 단계로서 최전선의 표현 기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최전선의 위치에서 피사체와 대치하는 것이 다름 아닌 카메라맨인 것이고, 따라서 카메라맨이 피사체를 어떻게 포착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가에 따라 작품의 좋고 나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맨은, 항상 테마 의식을 갖고, 하드웨어적인 기술 조작을 구사하여, 효과적으로 피사체를 표현해 나가야만 한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제작회의와 헌팅등을 통하여, 현장의 상황과 정경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피사체의 움직임과 행동의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카메라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촬영이라는 작업의 생명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연 다큐멘터리등에서 생물의 생태를 알지 못하는 상태라면, 망원렌즈나 접사렌즈 등을 구사해서 생물의 생태를 생생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불가능 할 터이고, 휴먼 다큐멘타리와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상하여, 사전에 포지션을 확보하고, 앵글의 위치나 카메라의 움직임을 계산하여 준비한다던가 하는 좀더 치밀한 계획은 세울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해진다. 치밀하게 계산을 하여도 계속 불확실한 수정 과정을 반복해야하는 휴먼 다큐멘터리의 촬영에서, 최고의 가치인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행동은 조금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채, 행동이 다 끝난 다음에 <다시 한번 아까의 것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부탁합니다.>라는 치욕적인 주문을 외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영상적으로 중요한 것을 볼 줄 아는 능력은 다큐멘터리에서도 필수적이지만 그 시작은 필히 목적에 부합되어야만 한다. 먼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영상의 스타일을 결정하게 되는데, 간혹 주제에 상관 없이 영상 스타일을 먼저 결정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지만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그림을 위한 그림)을 찍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샷은 사진과는 달리 그 자체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샷은 시퀀스 내에서 편집되고, 그 시퀀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다시 말하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전체의 윤곽을 파악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며. 이 전체에 대한 이해에 의해 강조할 씬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표현하고자 하는 샷은 어떤 것이며, 감정상의 중심은 어디인지, 어디에 힘을 주고 어는 부분에서 호흡을 트이게 할 것인지를 알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