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과 얻음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마태오복음 10, 39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삶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요, 죽음을 피해 달아나는 것은 삶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라고 말하면 당신 귀에 이상하게 들릴까요?
빛도 없고 통풍도 잘 되지 않는 작은 동굴이나 지붕 밑 다락에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가 지금 계단 아래로 내려가다가 굴 러서 목이 부러진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겁내고 있습니다. 길에서 차에 치어 죽은 수많은 사람들 이야기 를 듣고는 길을 건너려고 하지도 않는 거예요. 길 하나를 건너지 못하는 그가 어떻게 바다 또는 대륙을 건널 것이며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갈 수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지금 죽음을 피해보려고 좁은 다락에 매달리고 있는데 그러느라고 자기도 모르게 삶을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죽음입니까? 상실, 사라짐, 버려둠,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무엇에 집착할 때 당신은 버려두기를 거절하고 안녕이라 고 말하기를 거절하고 죽기를 거절하는 겁니다. 그리고 미처 그런 줄 모르겠지만, 그때 당신은 삶 또한 거절하고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당신은 굳어져 있고, 삶은 흐르는데 당신은 멈추어 있고, 삶은 부드럽고 자유로운데 당신은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으니까요. 삶은 모든 것을 떠나보내는데 당신은 언제까지나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당신이 삶을 겁내고 죽음을 겁내는 것은 당신의 집착 때문이에요. 아무것도 잡아두려고 하지 않을 때, 더 이상 무엇을 잃을 까봐 겁내지 않을 때, 그때 당신은 언제나 신선하게 반짝이며 흐르는 저 산골짜기 개울처럼 자유로울 것입니다.
언제고 가족이나 친구를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 지요.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여 따르는 이념이나 신조가 도전받거나 소멸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들은 이것 또는 저 사람, 이 장소 또는 저 물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확신하지요.
당신이 어느 정도로 굳어져 있는지, 어느 정도로 죽음에 가까운지 재어보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까? 평소에 사랑하고 아끼던 생각 이나 사람이나 사물을 잃었을 때 당신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살펴보십시오. 그 아픔과 슬픔의 정도가 당신이 그것에 얼마나 집착하 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안 그래요? 어째서 당신은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이나 친구를 잃은 것에 대하여 그토록 슬퍼하는 겁니까? 존재하는 모든 것이 변하고 지나가고 죽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군요. 그래서 죽음과 상 실과 이별이 당신을 그토록 아프고 슬프게 만드는 겁니다. 사물들이 변하지 않고 언제나 같은 모양으로 남아 있으리라는 착각을 품고서 당신의 좁은 다락에 살기를 선택한 거지요. 엄연한 생명의 법칙이 당신의 착각을 산산이 부술 때 그토록 아프고 괴로운 까 닭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 당신은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흩어버리고 새로움과 변화와 불확실성을 겁 없이 받 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잘 알고 있는 것을 잃는 데 대한 두려움을 씻어버리고, 새로움과 변화와 불확실성을 겁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그때 당신은 익숙해져 있는 것을 잃을까봐 두려워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것, 아직 모르는 무엇을 기다리다가 그 것들이 닥치면 환영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추구하는 게 과연 사는 것처럼 사는 참된 삶이라면 이렇게 해보십시오. 아프긴 하겠 지만, 당신이 해낼 수만 있으면 아무 데도 구애받지 않는 놀라운 자유를 선물로 받게 될 거예요.
그것을 잃으면 크게 슬퍼할 만한 사람이나 사물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당신도 어쩌면 부모,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 나 떠나가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겠지요? 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그러는 정도만큼, 당신은 죽 어있는 거예요.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물이나 사람의 죽음과 상실, 그것들과의 이별을 피하지 않고 직시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떠올리고, 그들이 죽거나 그들을 잃거나 그들과 영원히 헤어지는 장면을 상상하 면서 마음으로 그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해보십시오. 그들 하나하나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잘 있으라고 말하는 겁니다.
당신은 아픔과 함께 집착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뭔가 다른 것이, 홀로(aloneness)가, 홀로 있기(solitude) 가, 당신의 의식 안에서 생겨나 저 가없는 하늘처럼 커지고 또 커질 거예요. 그 ‘홀로’ 안에 자유가 있습니다. 그 ‘홀로 있기’에 생명 이 있어요. 바로 이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 무착(無着, non-clinging)이 당신으로 하여금 온갖 염려와 긴장과 불안으로부터, (무엇 을 언제까지나 붙잡고 있으려는 욕망에 수반되는) 죽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 당신이 살면서 순간순간 경험하 는 모든 것을 달콤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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