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유람기>/2부 생각하기

죽음을 바라보면서

웃는날 2012. 5. 23. 15:09

 

화장장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오후에 스몰버닝가트에 갔다. 거기에는 이미 3구의 시체가 기다리고 있었다. .

며칠째 수시로 화장하는 광경을 멀리 혹은 가깝게 스쳐보게 된다.

이제는 처음의 그 황당함과 두려운 감정은 많이 사라져서 오늘은 화장하는 장면을 가까이서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화장장에서는 사진은 찍지 못하게 한다.

  

   시체는 금색 헝겊으로 덮고 그 위에 꽃으로 덮었다.

 

다른쪽에서는  이미  화장을 시작했나보다.

높이 쌓여있는 나무 토막사이로  시체 한구가 양팔이 벌린 채로 타고 있었다.

나무틈으로  보이는 시체는 팔과 다리가 겉으로 삐죽이 나와 있는 모습을 보니  머리가 쭈뼛하다.

아마 젊은 사람의 시체인가 보다, 사지가 건장한 모습으로 주먹은 불끈 쥐고 있었다.

제법 많은 양의 나무가 쌓여있는걸 보니  망자는 부유층인가 보다.

불길이 살아나면서 시체는 살갖이 시커멓게 그을리더니 그을린 살갖이 군데군데 벗겨지면서 희끗희끗 해 진다. 

얼마쯤 타 들어 가더니 팔뚝에서 기름방울이 땅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렇게 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한 쪽 다리가  땅바닥으로 툭하고 늘어지며 떨어진다.

화부가 긴 막대기로 타던 다리를 걷어서 불 무덤위로 올려 놓는다.

뻗쳐있는 팔을 화부가 막대기로 지그시 누르더니 팔을 구부러뜨려 접어 불길속으로 넣는다.

인간이 시체로 변하니 참 허망하고 황량하다는 느낌이 든다.

살아있다는게 별거 아니구나싶다.

언제 어떻게 한 순간에 저런 시체로 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다 죽는다. 그리고 다 저런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이 세상을 하직한다.

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모든 사람도 저 과정을 거쳐 지구상에서 모습을 감춰 지겠지. 

흔적을 없애기 위해.....  

누구든 저 장작 더미에 올라 가던지 땅속으로 매몰되던지 하겠지..

장례의식의 문화가 다를뿐이지..

특히 여기 갠지스 강은 신성한 곳이기 때문에 모든 인도인은 죽어서

여기에서 화장을 하고 갠지스강에 버려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을 나의 죽음을 생각케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불길속으로 달겨드는 죽음으로의 의식이 가끔은 날 서글프게 한다.

어쩌라 피할 수 없는 길인데..

만약 저 나무위에 누워있는 사람이 나라면 어떨까하고 상상해 본다. 

물론 의식이 없으니 아픔이나 뜨거움을 못 느끼겠지. 나무 토막이나 다를바 없는 시체처럼 말이다.

그럼 저 영혼은 어디로 갈까? 어떻게 될까?

 지금은 죽으면 그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의식과 육체가 분리 되어 육체는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

육체가 없는 영혼은 자신의 오감을 의식하지 못한다.

즉 느끼지를 못하지 않는가. 의식한다는 것은 몸의 감각을 리딩을 한다는 말이다.

이제 저 누워있는 시체는 자신의 기억과 감각을 리딩을 할 수가 없지 않는가? 말하자면 리딩기가 없어진 셈이다.

암튼 죽음이란 리딩항 수 없는 육체를 가지고는 지금의 이 환경조건과 소통이 되지 않아 박탈당한 현상이다.

아니 소통을 하지 못한자를 퇴출시키는 의식이 장례의식이 아닐까?.

모든 존재는 여건이 (조건)이 갖춰지면 존재하다가 여건(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예를들면 우리 몸에 생기는 를 한번 살펴보자.

이는 씨가 없다. 다만 이가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면 이는 나타나는 것 처럼

인간의 영혼도 육체도, 자신의 한계를 느껴 자신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죽는 거다.

우리는 그것을 인간에게는 죽음이라고 표현한다.

그럼 육체를 가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그런 환경으로 영혼이 이사 가는 걸까?.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하던데

 어떤 이는 영혼의 무게가 얼마인지가 궁금하여 죽기전과 죽은 후에 무게를 재었더니 25g이라고 발표한 글을 읽었었다.

그땐 별걸 다 알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웃어 넘겼었는데

아마 그분도 죽음을 분석하고 싶었나보다ㅎㅎ

 

 오늘도 길거리에는 또 화장을 하기 위해 새로운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죽음은  바로 아주 가까이 곁에 있다,

그리고 죽음 가까이 그곳에는 누구에 대한 미움도,내가 잘났다는 생각도,없게 만든다

죽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만이 삶을 비관적이고 염쇄적이 아니라,

삶을 수정하며 다시 살아 부활하는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