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하는 방/내 생각을 섞다

[스크랩] 깨어있음

웃는날 2012. 2. 27. 18:25

 

 

 

깨어있음

 

 

 

주인이 돌아왔을 때 깨어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행복하다. ―루가복음 12, 37

 

 

이 세상 어디서나 사람들은 사랑을 추구합니다. 사랑만이 세계를 구원하고 사랑만이 인생에 의미를 주어 살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사람 가슴에서 솟아나는지를 아는 사람은 참으로 드뭅니

다. 사람들은 자주 남을 향한 좋은 감정, 남을 섬기거나 잘 대해주거나 남에게 좋은 것을 베푸는 일 따위를 사랑으로 혼동하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은 깨어있음(awareness)에서 솟아나는 거예요. 당신이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그에 대한 당신의 기억이나 바람 또는 상상이나 기대 같은 것 조금도 없이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 그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그에 대한 당신의 생각 또는 그에게 품은 당신의 욕망을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므로 사랑의 첫 번째 행위는 사람이나 사물을 사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는 겁니다. 여기에는 당신의 욕망, 선입견, 기억,

기대, 편견 따위를 모두 내려놓는 힘겨운 수련이 필요합니다. 실은 이 수련이 너무나 어려운지라 대부분 사람들이 극기(克己)의 뜨

거운 불길에 자기를 내어맡기기보다는 착한 행실을 하고 누군가를 섬기는 일에 뛰어들지요. 보기 싫지 않은 어떤 사람을 섬길 때

당신이 채워주는 것은 그의 욕구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욕구입니까? 그러기에 사랑의 첫 번째 요건은 상대를 진짜로 보는 것입니

다.

 

똑같이 중요한 사랑의 두 번째 요건은 당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거예요. 당신의 동기, 감정, 부족함, 허위, 자기-중심, 남을 지

배하거나 조작하려는 성향 따위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겁니다. 그런 것들을 드러내어 보고 났을 때 그 결과가 아무리 아프더라도,

머리를 돌리지 말고 정직하게 보면서 그것들 저마다에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렇게 남에게나 자신에게나 깨어있어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그때 당신은 사랑이 무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모든 순간 모든 상황에 적절하고 예민한 반응을 할 수 있게 하는 감수

성(sensitivity)과 더불어 살아있고 주의 깊고 명확하고 감각적인 가슴과 머리를 지니게 될 테니까요. 걷잡을 수 없이 행동에 뛰어

들 때도 있을 것이고, 뒤로 물러서서 스스로 자제할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누구를 무시할 때가 있는가 하면 그에게 필요한 관심을

보여줄 때도 있겠지요. 부드럽고 온유하게 사람을 대할 경우도 있지만 딱딱하게 가차 없이, 심지어 난폭하게, 대할 경우도 있을 것

입니다. 깨어있음에서 솟아나는 사랑은 기대 밖의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조립된 지침이나 원리가 아닌 지금 여기의 구체적 현실

에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깨어있는 감수성을 처음 경험할 때 당신은 두려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모든 방어벽이 무너지고

당신의 정직하지 못함이 노출되며 당신을 에워싼 울타리들이 불에 타버릴 테니까요.

 

가난한 사람들이 비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한 부자들, 자기가 짓밟고 있는 인민의 참상을 제대로 보게 된 권력에

굶주린 독재자, 그토록 확고부동하게 믿어온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아버린 광신자, 저들에게 닥치는 공포를 생각해보십시

오. 또한, 자기가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상상임을 깨달은 연인이 맛보게 될 공포를 생각

해보십시오. 무엇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프고 가장 겁나는 행위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

다. 하지만,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바로 여기에서 사랑(love)이 움터 나옵니다. 아니, 좀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 대

상을 보는 바로 그것이 사랑(Love)이에요.

 

일단 이렇게 대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 감수성은 당신을 이끌어, 당신이 보기로 선택한 사물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깨어있

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가련한 에고는 그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겠지요. 저를 보호해줄 방

어벽이 무너져 아무 붙잡을 것이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될 테니까요. 그래도 계속 밀고 나가면 마침내 당신의 죽음이 닥칠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게 이토록 끔찍하게 무서운 일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사랑하는 것은 보는 것이요 보는 것은 곧 죽는 것(to love

 is to see and to see is to die)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기쁘고 흥분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에

고의 죽음 안에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고 기쁨이 있고 안녕이 있기 때문이지요.

 

정말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곧장 보기 훈련에 들어가십시오.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여, 싫은 사람을 보되 그에 대한 당신의 선입

견 또한 제대로 보세요. 붙잡고 있는 사람이나 붙잡고 있는 물건을 보되 집착에서 오는 괴로움과 무익함과 부자유함을 아울러 보

고, 사람들의 얼굴과 행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래 들여다보십시오. 시간을 내어 대자연의 품에 안겨서 날아오르는 새, 피어나

는 꽃, 돋는 달, 티끌로 돌아가는 마른 낙엽, 흐르는 강물, 산등성 실루엣을 눈여겨보세요. 이렇게 하는 사이 당신 가슴의 단단한

방어벽이 물러지다가 마침내 녹아내리고 당신 가슴은 예리한 감수성과 책임감으로 살아날 것입니다. 당신 눈의 어둠 또한 물러나

고 눈빛은 밝아져서 사물을 꿰뚫고 드디어 당신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거예요.

 

 

 

 

 

 

출처 : 의식 혁명
글쓴이 : 기 자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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